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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이번생은 처음이라(30살에 본 30살들의 이야기)

구름구름정풀 2018. 4. 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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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생은 처음이라" 후기




원래 거의 드라마를 안본다. 그 유명한 도깨비라는 드라마도 "도대체 이게 뭐가 재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이 안되서 보다 껐을 정도로 tvN 드라마도 사실 제대로 본게 없었다. 그러다가 시간 떼울게 필요해서 VOD에 무료 드라마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 드라마. 근데 보고나서 내 인생 드라마가 되었다.


30살 청춘들의 내용인데, 이 드라마를 30살에 만나게 되어 그런가 너무너무 공감되는 내용이 많고, 소름끼치게 현실적이기도 했다. 여기 나오는 세 여주인공의 각각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내 지난 날들과 현재에 다 해당되고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여자 주인공 윤지호(정소민)는 명문대를 나왔지만 드라마 보조작가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백수가 되면서 편히 잠잘 곳 하나 없어진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뭘 위해 열심히 살았나...라는 한탄을 하게 된다.

우수지(이솜)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남자 직장 상사들에게 성희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부모님 생각하며 그냥 꾸역꾸역 다닌다. 양호랑(김가은)은 7년을 만난 남친과 헤어진다.

이러한 설정들이 나 자신의 경험들과 너무 닮아서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공감이 많이 됐다. 대학만 가면 다 잘될거라 믿었던 우리 세대지만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 딛으면 정말 이렇게 불행하게 평생을 살기 위해 지금까지 경쟁하고 스펙 쌓으면서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망함이 밀려온다. 거기다가 나이도 찼으니 이제 결혼 해야지라는 주변의 압박과 시선들.


그런 상황에서 윤지호는 남세희(이민기)에게 세입자로 들어갔다가 세입자-집주인 관계로 너무 성격이 잘 맞아서 이성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집에 살기로 한다. 그리고 남세희 부모님이 하도 결혼하라고 스트레스 줘서 남세희는 부모님 잔소리를 끊기 위해, 윤지호는 그저 낮은 월세로 서울에 살기 위해...둘이서 가짜 계약 결혼을 하게 된다.

두사람은 결혼식만 올리고 나면 신경 쓸게 없을거라고 처음에 생각했지만, 결혼이라는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양가 집안 행사에, 부모님의 2세 압박에...

드라마 내용은 예상대로 둘이 계약 내용을 넘어 실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을 할수록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 둘의 자유로운 사랑을 막는 것 처럼 느껴져 윤지호는 이혼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은 이후 각자 커리어도 쌓으면서, 같이 알콩달콩 더 참된 사랑을 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법적 보호자이자 가족이 되고 싶어 이후에 혼인신고를 한다는 내용.


당연히 사랑을 하고, 사랑하니까 결혼을 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재 우리의 결혼 제도는 사랑하는 사람을 옥죄는 그런 제도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주게 했다. (윤지호가 느낀 것처럼 차라리 사랑이 없는 계약 부부라야 더욱더 가능한게 현재의 결혼 제도이고, 진짜 사랑을 하면 할 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결혼 제도라는게 공감이 갔다.)


사랑이라는 건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고, 상대방이 행복해지길 바라는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면 남자쪽 부모님이 나서서 며느리에게 빨리 2세를 가지라고 압박을 하는 장면, 부모님 체면 때문에 가난한 여자와 결혼을 하지 못하게 막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런 부모님 때문에 남자주인공은 더더욱 마음을 닫고 비혼으로 살려고 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게 만들까봐. 윤지호가 이혼하자고 했을 때도 잡지 않고,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보내줬다.(원래는 진짜 부부가 되자고 고백하려고 했고, 여자가 좋아하는 책 선물도 준비했는데 윤지호가 이혼하자는 말에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자기가 한 말 때문에 여자가 조금이라도 흔들릴까봐. 거절 못하는 그 여자에게 부담을 주게 될까봐. 이러한 배려들이 너무 짠하면서도 뭉클했다.)


처음에 설정 같은게 일본 드라마 표절 의혹이 있던데, 그 일드 찾아보니까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솔직히 그걸로 표절 의혹 얘기 하는건 아닌것 같다. 계약결혼이니, 초식남 설정이니 이런게 일본스럽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냥 딱 봤을때 그렇게 일본스럽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냥 우리 주변에도 있을법 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이과생이라 공대에는 충분히, 이민기 IT업계남 캐릭터 같은 무뚝뚝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오랜만에 후기로 남기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드라마를 만났다. 정소민-이민기 커플 내용 말고도 이솜 커플, 김가은 커플 내용도 다 하나하나 현실적이었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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